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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7개월째 살다보니 이젠 왠만한 교통수단은 다 터득한 느낌이다. 맨해튼에는 택시, 버스, 지하철이 있지만 택시는 비싸서 거의 타질 않는다(JFK 공항과 맨해튼 사이는 70불 정액요금이라는 꿀팁).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맨해트나이트의 일등 이동수단은 보행이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20 블락, 30 블락을 걸어서 이동하는, 한국사람이 보기엔 기이한 장면이 가끔 나오는데 사실 남북으로 한 블락은 80미터 정도 밖에 안 되므로 20분 또는 30분 정도를 걸은 셈이다.반면에 동서 방향 블락 길이는 세 배 정도라서 1st Avenue 끝에 있는 딸 아파트에서 서쪽으로 여섯 블락 거리에 있는 센트럴파크까지 걷자면 보통 20분은 걸린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아내와 2nd Ave와 East 51st St에 있는 브런치 식당에 갔었다. 그러니까 남쪽으로 11 블락, 서쪽으로 2 블락, 총 17~18분 거리에 있는 요즘 좀 힙 한 거로 알려진 Smith’s란 곳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남부 요리 grits가 있다고 해서 근처에 있는 단골 Ritz Diner를 뒤로 하고 거길 간 건데, 맛은 괜찮으나 값은 배, 양은 반이었다.

새우와 계란에 그리츠를 덮은 요리, 25불. 계란 두개에 토마토 얹은 브루쉐타와 샐러드 채소, 21불. 커피 5불 씩. 합계 56불. 세금 5불. 팁 12불. 총 73불(괘씸하게 토스트도 한 조각 안 줌). 현재 환율로 거의 9만원. 그런데 비슷한 요리를 단골집에선 17~20불이면 먹는데 주중엔 커피와 직접 내린 너무나 스위트하고 맛있는 작은 오렌지 주스 한잔까지 무료다. 뿐만인가, 메인 브렉퍼스트는 양도 많아서 남은 음식을 포장해와 한끼 더 먹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다이너의 가장 큰 장점은 딸 집에서 아주 가깝다는 거지만 뉴욕에서 여러 다이너와 수많은 브런치 식당을 다녀본 나는 객관적으로도 이만한 맛집이 없을 거라고 자신한다. 사인펠드 코미디에서 배경으로 늘 등장하는 그런 뉴욕의 다이너를 체험해보고자 하는 독자라면 진심으로 강추하는 곳이다(다만 웨이터는 모두 남성임 ㅎㅎ).

참. 수십년 전통의 이 다이너는 24시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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