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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자란 환경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사실을 필자는 며칠 전에 또 한번 체험했는데 50이 넘은 나이지만 갑자기 햄버거가, 그것도 미국에서 중, 고, 대학교 때 자주 먹던 맥도날드의 빅맥이 너무나 먹고 싶어서 우선 기억나는 안국동 매점으로 갔다.

그런데 머릿속으로 “맥도날드”에 가야지 하며 생각하는 자신이 참 웃겼다. 1991년에 한국에 처음 발령받았을 때만 해도 미국식 발음 맥다~노드를 왜 맥도날드라고 하지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렸었는데 이제는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원주민 식으로 명칭을 하는 거였다. 이것도 환경 탓인가 보다.

아무튼 나는 빅맥과 감자튀김을 콜라 반 잔에 곁들여 맛있게 먹었다(패스트푸드를 먹는 자신을 위한 일종의 방어 행위?).

그리고 지하철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사무실이 안국동에 있을 때 내게 늘 미소를 짓게 하던 간판이 눈에 다시 들어오는 거다. 필자는 이 간판에 적힌 “사진 찍기”에 대한 잘 못된 영어 표현을 블로그로 지적한 적이 있는데,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간판의 우스운 표현이 아래처럼 바뀌어 있었다.

kodak2

이 간판은 사진 현상소 앞에 있었고 이전의 “Could you shot me, please?”의 “shot”자만 “show”로 바꾼 거였다(“Could you shot me, please?”가 왜 말이 안 되는 소린지 이해가 안 된다면 여기를 클릭하여 콩글리시에 대한 설명을 더 보도록 하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젠 사진이나 사진 현상소와 아무 상관없는 문구가 되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런데 다음 건물에 붙은 포스터가 눈에 들아왔다. 은행이 제작한 지역 홍보 차원의 안내 포스터였다. 의도도 좋고 내용도 좋은데 영어를 배우는 사람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중에 하나인 관사가 잘 못 적혀있어 이번 블로그에서 예로 삼기 좋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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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사가 잘 못 됐다고 했으니 눈치 빠른 독자는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금방 알아차렸을 테지만 고칠 부분이 몇 가지 더 있다. 그럼 어떻게 수정해야 이 문장이 옳게 되나?

원문: The 8 Beautiful Scenery spots in Bukchon

레슨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안내 포스터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즉, 한국어로 적었다면 어떻게 적었을 것인가 말이다. 아마 “북촌의 가장 아름다운 8대 명소”가 아닌가 한다. 이걸 전제로 레슨을 시작한다.

레슨 1: 형용사 한 개에 명사 두 개는 “노 노!”

우선 “Beautiful Scenery spots”에는 Beautiful이라는 한 개 형용사에 명사가 두 개 붙어있다. 예를 들어 beautiful, breath-taking scenery 또는 beautiful, cozy, remote spot라고 한 개의 명사에 형용사를 두 개 세 개 엮어서 이용은 가능하지만 명사를 두 개 연속 이용하는 경우는 드물다(예외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레슨 2: 부적절한 단어 선택

또, Scenery라는 단어도 문제인데 일반적으로 Scenery 하면 풍경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연 요소가 충분히 담긴, 즉 건축물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자연 속에서 멋진 조화를 이루거나 건축물만이라면 여러 개의 건물이 한 개의 멋진 구성원이 되어서 풍경처럼 느껴지는 것이어야 한다.

필자의 추측이지만 아마 Scenic spots라는 의도였던 것 같다. Scenic은 Scenery의 일부를 뗀 형용사인데, Scenery 만큼 전체적인 풍경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지만 간단하게 “멋지고 아름다운”이라는 의미도 내재되어 있다. 따라서 Beautiful scenic spots라고 적는 것이 기존의 단어들을 살리는 방법인데 사실 더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표현은 그냥 Scenic spots이다. 이미 Scenic이라는 단어에 beautiful이라는 의미가 살아있어서 똑같은 소리를 두 번 하는 어색함을 피하기 위한 거다(그리고 이왕이면 spots보다는 locations가 더 자연스럽다).

레슨 3: 관사

자, 오늘의 하이라이트… 이제까지 적은 대로라면 “The 8 Scenic spots in Bukchon”이어야 하는데 이걸 해석하자면 “북촌의 가장 아름다운 8대 명소” 가 아니라 “북촌의 아름다운 8대 명소”가 되며 The 자체가 잘 못 이용되고 있는 거다.

그런데 무조건 The를 제거하여 “8 Scenic spots in Bukchon”이라고 하면? 그럼 “북촌에 있는 아름다운 명소 중에 8 개”가 된다.

정답은?

“The 8 Most Scenic Spots In Bukchon” = “북촌의 가장 아름다운 8대 명소”

그리고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모든 단어의 첫 자를 다 대문자로 했다. 제목에서는 한 문장에 복수의 대문자를 이용해도 되는데 대신 일관성 있게 모든 단어에 적용하는 것이 정석이다.

보너스:

그런데 발음이 나쁘면 외국에서 힘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너무나 친숙한 맥도날드지만 내가 당장 내일 미국 본토에 가서 누구에게 “웨어 이스 멕도날드?”라고 물으면 거의 아무도 대답을 못 할 것이다. “맥다~놀드”가 어렵거나 어색하다면 다순히 “웨어 이스 맥도~날드?”라고 길게 뽑기만 해도 도움이 될 거다.

*11살 때 미국에 이민을 갔던 필자는 국어가 약하므로 양해 바랍니다.

이 글은 huffingtonpost.kr에 스트 된 글입니다. Terence Kim(김태성)의 글은 여기서 더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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