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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온종일 어깨너머로 들리는 TV 뉴스에 산만해져서 인터넷 라디오를 찾았다. 시대별/장르별 음악이 방송되는 jango.com(광고는 첫 15-20분 동안만 잠깐 한다)을 한동안 이어폰으로 들었는데, 어제 musopen.org라는 무료 클래식 라디오 방송을 찾고 너무 행복하게 음악을 즐기며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서울 물가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것은(특히 부동산) 사실이지만, 그래도 잘 모르고 지나치는 우리에게 행복감을 안겨주고 매우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 한 번 따져보기로 했다.

* 아래 외에도 좋은 경험이 얼마든지 많을 터이니 댓글로 공유하기 바란다.

1. 한강 공원 따라 자전거 타기 – 무료.

새 자전거를 타고 지난 주말에 한강에 나갔더니 너무 좋았다는 동료의 말이 기억났다. 물론 자전거를 사야 한다면 공짜가 아니지만 서울 한복판에 있는 한강 공원처럼 1년 12달 도시인에게 행복감을 무료로 제공할 수 있는 장소는 많지 않다. 푸른 강물을 벗삼아 시원한 자전거 전용로 위를 질주하는 것은 건강과 행복을 동시에 챙기는 행복 놀이다.

2. 삼청동에서 맛있는 분식 먹기 – 8,000원.

풍문여고 돌담길을 끼고 삼청동을 향해 걸어가는 운치는 강북에서 알아주는 데이트 코스다. 그런데 그런 멋진 데이트에 맛있고 저렴한 식사까지 즐길 수 있다면? 그런 걸 금상첨화라고 하는 거다. 지난주 일요일 안국동에 들렀던 우리 부부는 오늘은 뭘 먹나 하고 고민하다 떡볶이를 보는 순간 눈이 번쩍했다. 떡볶이 1인분, 어묵 1인분, 순대 1인분. 합계 8,000원 = 행복과 포만감.

3. 수서역 앞 대모산 자락을 상쾌하면서도 괴롭지 않게 3시간 동안 등산하기 – 무료.

누가 서울에서 가장 푸짐하고 맛있는 아구찜을 등산 후에 쏜다는 말에 솔깃해 연약한 이 몸을 이끌고 아침 일찍 수서역에 도착했다. 언젠가 몹쓸 친구 꼬임에 넘어가 인수봉까지 간 적은 있지만 그런 강행군은 내 체력에 무리라는 것을 잘 알므로 나는 웬만하면 등산을 피한다. 그러나 이날 코스는 적당한 오름과 내림 또 평평함으로 구성되어 나 같은 초보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상쾌한 공기와 새소리에 여기가 서울인가 하는 질문이 저절로 들었다.

4. 홍대에서 라이브 밴드 공연 보기 – 일인 입장료(음료 포함) 15,000원.

지인의 소개로 라이브 뮤직을 들으러 홍대 앞에 간 적이 있는데 여성 헤비메탈 듀엣이 최고였다. 몇주 전 미국서 놀러온 동생 식구를 대리고 기억을 더듬어 그 집을 다시 찾았다. 고1 조카딸이 몹시 좋아했다. 그룹 멤버들과 사진도 찍고 대화도 나누며 멋진 공연을 3미터 거리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운이 좋았는지 비틀스 초기 내지는 버디 홀리 느낌이 짙게 풍기는 ‘루스터‘라는 발랄하고 에너지 넘치는 멋진 밴드도 만났다(나 같은 노땅도 즐길 수 있는). 그리고 난 생각했다. 내가 나이만 덜 먹었어도 매주 올 텐데… 그래서 나이 탓하며 1달에 한 번씩만 가기로 했다.

5. 삼청공원 숲속 도서관‘에서 커피 마시면서 풍경 즐기기 – 5,500원.

간단한 산책에 나섰다가 온 김에 커피나 싸게 한 잔 마실까 해서 공원 정문 근처에 새로 생긴 건물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아늑한 분위기에 입이 딱 벌어졌다. 세계 어느 도심 속 공원 중에도 삼청공원만큼 계곡이 아름다운 곳은 많지 않은데, 거기다 새로운(2013년 개관) ‘숲속 도서관’까지 생겨 그 매력이 최고다. 아래 왼쪽에서 보다시피 창을 입체형 틀 구성한 공간에 앉아 커피(아메리카노 한 잔과 라테 한 잔)도 마시고 책도 읽고 또 푸른 숲과 계곡 사이로 흐르는 시냇물까지 한꺼번에 보는 운치가 일품이다.

삼청

6. 인사동에서 아트 갤러리 구경하기 – 무료.

인사 아트센터 비롯해 다양한 갤러리들이 가득한 인사동은 외국인들의 관광용만이 아니다. 서양화, 동양화, 추상화, 구상화까지 없는 게 없다. 그런데 고품격 문화에 너무 놀란 눈이 걱정된다면 귀여운 소품이 천지인 쇼핑가를 둘러보면 된다. 인사동이 또 행복의 도가니인 이유는 2만 원만 있으면 호떡, 번데기, 지팡이 아이스크림, 닭꼬치, 뽑기, 하물며 이름은 좀 망측하지만 맛은 희한하게 흥미로운 똥빵이라는 것까지 다 시식해 볼 수 있다.

7. 대학로에서 연극 보기 – 입장료 10,000원에서 20,000 사이

작년에 한 지인의 추천으로 ‘서툰 사람들’이라는 연극을 보았는데, 정말이지 웃다 못해 콧물이 날 정도로 재미있었다(아쉽게도 이 창작극은 현재 공연 정지). 아마 한 달어치의 카타르시스는 충분히 됐으리라. 15,000원이 아니라 150,000원어치는 웃고 나오면서 정말로 횡재한 기분이었다. 뉴욕에는 오프브로드웨이라고 소규모 공연장이 많은데, 난 한국 대학로가 월등하다고 생각한다. 1. 저렴하다. 2. 한 곳에 모여있어 걸어서 모든 공연장을 둘러 볼 수 있다. 3. 대학로/성대 지역에 위치해 있어 먹거리가 넘친다. 4. 서울 최고 데이트 코스 중의 하나인 낙산공원이 근처에 있다. 소소한 행복을 체험할 수 있는 대학로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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