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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쓸데없는 이유로 언성을 높였다. 맛있는 박대 요리를 먹는 중이었는데 옆에 함께 있던 친구가 “박대가 서대 아니요” 하는 거였다. 그래서 목에 힘줄을 세워가며 모르면 가만있으라고, 박대는 전라북도 군산에서 볼 수 있는 생선이고 서대는 전라남도 여수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생선이라고 일장연설을 했다(솔직히 이야기하자면 필자도 그 맛 차이를 잘 모른다).

박대

그러다 몇 년전 남자 친구 넷이 3박 4일 동안 전라도 여행을 다녀온 기억이 났다(한창 인기던 TV 프로그램 ‘1박2일’처럼 벌칙도 정하고 개임도 하며 아무튼 바보 같은 짓을 남발하면서 남자 넷이 엄청 많이 웃은 여행이었다). 그 구성원은 시카고에서 날아온 대학교 친구(박), 휴스턴에서 날아온 옛날 이웃(이), 한국에 사는 김, 그리고 나였다. 박, 이, 그리고 나는 그 전해에 중미 코스타리카를 함께 여행한 적이 있었지만 전라도 여행에 새로운 멤버 김이 합류하여 더욱더 재미있고 유쾌했다.

그런데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월-목 계속 날씨가 궂을 거라는 예보를 듣고 걱정이 약간 되었는데, 그래도 이미 계획한 여정이라 우린 아침 일찍 군산을 향해 차를 몰았다. 아… 한국의 고속도로여… 너무너무 시원하게 새로운 고속도로가 많이 뚫려있어서 서울에서 군산항까지 금방 도착하였다.

군산을 우선 첫 목적지로 점찍은 이유는 그 유명하다는 박대를 점심 식사로 먹어드리기 위해서였는데 아니 이게 웬일인가? 시장에는 박대가 널려있건만 정작 박대 요리를 하는 식당은 시장 근처에 한 군데도 없는 것이었다. 궁여지책 끝에 반건조 박대를 직접 사서 식당 아주머니에게 다른 식사와 함께 좀 구어 달라고 하기로 하였다.

아직도 군산 인심이 그리 흉흉하지는 않은지, 아니면 남자 넷이 박대 먹겠다고 아우성치는 모습이 딱하였던지 주인 아주머니가 정말로 맛있게 네 마리를 구워 주셨다(서울에선 박대 요리가 평균 15,000원에서 20,000원 하는데 우린 8마리를 2만5천원에 샀다). 서울에서는 드문 조기 매운탕이 곁들여진 잘 차려진 점심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기분 좋게 여행의 첫 코스를 끊었다.

식당에서 나오니 소나기가 한 차례 지나간 다음이었다. 부둣가의 비린 냄새가 사라진 후라 우리는 시원한 바다 공기를 욕심스럽게 마시며 주차장으로 발을 돌렸다. 그러다 우리 3박 4일 멤버들은 순간적으로 아차! 하며 시장 방향으로 다시 돌았다. 사실 점심 식사 전에 다른 식당에다 공수표를 날린 죄가 있어서 우린 힐끔 힐끔 눈치를 살피면서 주차장으로 우회하겠다는 의도였다.

원래는 ‘어머니 식당’ 아주머니에게 박대 구어 주겠다는 확인을 받고 생선을 사러 나섰던 것이었다.  문제는 박대 파는 분이 훨씬 맛있는 집이 있다고 하여 시장 반대편에 있는 다른 업소에서 식사를 했던 건데, 우리 모두 왠지 불륜을 저지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죄책감에 오며 가며 얼굴을 피하였고 자기 말에 대한 책임을 늘 강조하는 나는 특히 부끄러웠다.

상인과 소비자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자위했지만 텅 비어있는 식당 안에서 혹시 하며 우리 네 명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을 아주머니를 생각하면 몹쓸 짓을 한 것 같아 아직도 조금 찜찜하다. 그래서 다음에 가면 그 집에 꼭 들러서 점심을 먹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맛이 있든 없든 말이다.

이 글은 허핑터포스트에고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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