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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8 10.40.57

 

그저께 장인어른을 모시고 양평에 다녀왔다. 무척이나 좋아하시는 걸 보고 좀 더 자주 모시고 갈 걸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장인은 연새가 팔십이 넘으셨지만 아직도 세상 물정에 대해 나보다도 더 잘 아시고 책도 꾸준히 보시며 인터넷으로 안 보는 뉴스가 없을 정도시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게 능동적으로 생활하신다지만 이 세상 누구와도 마찬가지로 대화 상대가 필요하신 것은 사실이다. 그제 저녁에 함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경제 이야기를 할 때 열정을 내어서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며 나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자주 대화 상대가 못 되어 드린것이 죄송스러웠다. 어른들이 바라시는 건 큰 것이 아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그 주체성을, 그 생명체를 인식받고 인정받고 싶으신것이다.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니까.

 

오후 늦게 서울에 돌아오자 막내딸 지현이가 엄마 아빠랑 함께 저녁먹으러 가겠다고 집에 기다리고 있었다. 오지랍이 넓고 대인관계가 워낙 좋은 녀석이라 왠만하면 친구 또는 지인과 만나고 있어야 할 토요일 저녁에 말이다. 우린 오랫만에 무교동으로 택시를 타고 나갔다. 무슨 시위때문에 길이 막혀서 우선 명동쪽에 내려서 걷기 시작했는데 골목 골목마다 너무나도 다양한 종류의 먹거리가 우리에게 손짓했다. 그러나 딸이 몇년전에 언니, 엄마와 함께 식사했던 조그만 이태리식당에 가고 싶다고 해서 모든 시각/후각장애(?)를 뒤로하고 열심히 옛 기억을 더듬어 그 식당을 찾아나섰다. 보라색 작은 우산 하나 아래로 엄마와 다 큰 우리 막내 딸이 어깨를 맞대고 소나기를 피하며 나를 뒤쫒아왔다. 맛있는 피자와 파스타 그리고 샐러드를 잘 나누어 먹고 식당에서 나오려는데 아니 왠걸? 작은 딸이 아직도 아르바이트해서 남은 돈이 있다며 자기가 한턱을 쏘는 것이었다. 우리는 딸내미를 위하여 맛있는 것을 사주러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딸이 우리를 위해 시간과 돈을 할애한 것이었다. 그리고 케잌까지 들고나와서 특히 아빠가 좋아할 블루베리 무스를 먹어보라고 주며 기뻐하는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그러고 보면 우리 지현이는 어렸을 때 부터 선물 주기를 좋아했다.

 

아마 지현이가 한살 반 정도 되었을 때 일거다. 동료가 집을 방문하며 선물이라고 작은애 보다 더 큰 장남감 토끼를 가지고 온 적이 있다. 그걸 받고 고마왔는지 한살 반짜리인 작은 놈이 부석부석하더니 그 친구에게 뭔가 내미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자기 코딱지! 나랑 와이프는 지겁을 하고 말리려고 했지만 인간좋은 그 친구 왈 “자기가 직접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곤 그것밖에 없어서 그걸 준것같으니 얼마나 감사합니까”였다. 지현이는 점차 성장하면서 집사람과 나에게 너무도 많은 선물을 안겨주었다. 그 중에도 특히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적은 아이때의 편지들 그리고 이젠 제법 컷다고 어른스럽게 쓴 사과문, 하나 하나 더 큰 보물이 따로없다. 그리고 거기다가 이젠 “일부러” 시간을 내어 우리와 놀아준다. 그리고 난 반성한다. 우리 딸들이 엄마 아빠를 배려하는 만큼만 나도 부모님을 배려하고 생각하고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부모님에게 드릴 수 있는 그보다 더 큰 선물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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