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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mingbird moth

지난 주말에 혼자 양평에 갔었다. 다음 주말에 친구들이 오기로 했는데 우리집 대문을 지나가야 하는 차들의 아래부분이 입구 턱에 긁히는 걸 좀 어떻게 해볼까 해서 고무판을 주문하여 배달받기로 해서였다. 우리 차야 SUV라 상관이 없는데 친구들 차는 대부분이 세단이라 꼭 턱에 걸려서 직직거리는게 영 미안한게 아니었다.

그래서 아침 읽찍 홀로 집에 도착하였는데 차문을 여는 순간 경쾌하게까지 느껴지는 숲속의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이 나를 일부러 마중나온 듯 불어주었다. 또 앞 문 옆에는 자기 무개에 못 이겨 화단 밖으로까지 쓰러져 있는 국화 한 아름이 안간힘을 다하며 가을의 마지막 향기를 풍겨왔다. 이번 가을에야 꽃씨 수집하는 방법을 겨우 처음 배운 참이라 꽃의 놀림에 대해 어쩌면 내가 좀 더 예민했었을지도 모른다. 멀리 보이는 이웃의 정원에도 여러 색의 국화가 앞뒤를 다투며 화단을 도망하듯이 밖으로 뻗쳐있는 모습이 보였다. 작은 곳에서 큰 곳으로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에게 국한된 감정은 아닐성 싶었다.

집 안이 써늘하여서 오히려 따스한 햇빛이 있는 아래 층 데크로 나갔다. 작년 여름에 사둔 의자형 해먹(Hammock)을 매달은 후 따뜻한 블루베리 차 한잔과 새로 고른 책 한권을 갖고 자리에 앉았다. 등살에 내리쬐는 가을햇살이 조금 따갑게 느껴지려고 하면 천진암 언덕을 넘어온 산들바람이 스쳐지나가며 책장을 넘긴다. 잠깐 책을 내려놓고 아래층 화단에 눈길을 돌리니 가을에 피는 용담이 만발해 있는데 거기에 크고 작은 여러 종류의 벌과 나비는 물론이고 난생 처음보는 아기 앵끼손가락 만한 벌새같은 것이 윙윙, 전혀 멈춤없이 이 꽃봉우리에서 저 꽃봉우리로 계속 이동을 하는 것이다. 호주와 미국에서 벌새를 여러 번 접한 경험이 있는 나는 끈임없이 움직이는 날개(?) 모양을 볼 때 이건 아주 작지만 틀림없는 벌새라고 확신한다. 더군다나 벌새와 같은 긴 주둥이로 꿀을 채취하는 걸 보면 거의 백프로라고 믿는다. 난생 처음 만난 동물이라 나는 오후가 가는지 모르고 책 읽는 사이사이 벌새(?)가 다시오면 또 한참 넉 놓고 지켜보다가 또 다시 해먹에 앉아 흔들거리다 또 보다가 하며 하루를 금방 보내버렸다.

그런데 그 날 정작 기다리던 고무판 배달은 오지 않았다. 손님을 접대하는 마음으로 미리 준비하려 양평에까지 간건데 말이다. 좋은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었는데…아쉬운 마음이 당연했다. 왜냐면 기다림, 특히 손님을 기다림은 내 삶에는 매우 중요하고 기쁜 설래임이기 때문이다. 그런 실망한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려고 작고 소중한 새 손님이 나를 잠깐 방문했었나 보다.

사진: 용담 꿀을 채취하고 있는 벌새 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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