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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ad Less Traveled 라는 유명한 심리 문학이 있다. 그런데 나는 오늘 지하철역을 향해 걸어가다 문득 The Road Often Traveled인 동묘 벽담길을 새로 보게 되었다. 출근 시간의 인파와 동묘역에서 청계천까지 즐비하게 서는 상인들의 노상 점포들이 내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리고 항상 그렇듯이 난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눈은 아래로 한 채 내 목적지를 향해 그사이를 걸었다. 그 짧은 300미터 구간에 나에게 의미를 부여할만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늘 믿었기 때문이다. 내게 그 구간은 단순히 아파트에서 지하철역, 지하철역에서 아파트까지 가는 번잡하고 퇴색한 통로 정도였다. 물론 속으로는 “허드레한 남이 입던 옷, 신발, 등이 뭐가 좋다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려들까” 의아/비판/짜증을 낸 적도 있었다. 아무튼, 매일 반복되는 이런 광경을 나는 나 나름대로 묵직한 발걸음으로 헤쳐나갔었다.

2012-11-08 15.20.36

그런데 오늘은 다른 날과 달랐다. 아주 간단한 차이였다. 고개를 잠깐 들었다는 것뿐이다. 그 순간 동묘 담벼락 바깥으로 뻗어 있는 단풍나무들이 가을의 마지막 손짓처럼 내 쪽으로 나부끼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동묘 안에 그렇게 많은 나무가 있었는지조차도 모르고 다녔던 것이다. 여름에는 상인들에게 그늘을, 가을에는 지나가는 이들에게 운치를 선물하는 나무를 말이다. 나는 순간 움직이지 못하고 넋을 놓은 채 일렬로 서있는 초록, 빨강, 노랑이 섞인 나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눈만 올려보면 이렇게 아름다움이, 이런 축복이 가까이 있는데 나는 왜 무심했을까? 그리곤 그 길에 쫙 깔린 인생들에 대한 느낌도 달라지는 듯했다. 아옹다옹 사는 그들이 내가 가는 길에 장애물이 아니라 나와 동행하는 같은 도시의 형제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맞다. 지난 주말에 북한산을 올랐을 때 본 그런 단풍만이 단풍은 아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신경을 쓰고 모든 것을 제대로 관찰하기로 마음먹는다. 특히 자연과 그 자연의 일부인 내 이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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