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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10시 30분 쯤 우리 부부는 잠옷 바람의 편한 자세로, 한 사람은 컴퓨터를 치고 한 사람은 책을 읽고 있었다 (우리 부부를 잘 아시는 분은 누가 어떻게 매칭되는지 짐작하리라). 아무튼, 별 생각 없이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큰딸이 내 전화로 SOS를 치는 것이었다. 우린 신림동 교회모임에 갔던 딸이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딸이 뜬금없이 거기까지 와 달라는 거다. 사연인즉 교통카드가 다 된 걸 모르고 있었고, 돈도 하나도 없다는 거였다 (큰딸은 자주, 또 일부러 돈을 안 가지고 다니는 게 특징인데, 그 이유는 지갑에 있는 족족 쓰는 자신의 버릇을 인지하여서다. 한편으론 기특하고 또 다르게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 그리고 덧붙여서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대리러 와서 같이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는 거였다. 나 참!

 

사랑하는 큰딸의 애교섞인 응석에 나는 그냥 “알았어” 하고 전화를 끊은 후 와이프에게 “신림동 가야 해.” 했다. 이 세상에서 오밤중에 가장 당연한 일이라는 말투로 말이다. 그러자 잠깐동안 와이프는 어리벙벙해 했고 그 다음엔 잠깐 짜증을 내더니 끝내는 나랑 같이 차를 타고 딸내미를 모시러 나섰다. 밤길은 금요일 답게 빽빽하였다. 입버릇처럼 말하는 “잠 못 드는 도시” 를 목격할 수 있는 좋은 시간대였다. 신림역에 가까워지자 잠 못 드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교통난이 있을 정도로 도로가 사방으로 막혀있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대 인파가 신림역 코너에 물결처럼 술렁거렸다. 택시를 잡겠다고 도로를 막고 나선 이, 택시를 가로채는 이, 택시를 세워 놓고 술주정을 하는 이, 지하철역 3번 출구 앞은 거의 아수라장이었다. 그 뒤에서 하얀 미소로 손 흔드는 철없는 큰딸을 찾은 나는 순간적으로 박하사탕을 먹을 때 같은 화한 기분을 느꼈다. 네온사인의 휘황찬란함과 틈새없이 몰아치는 인간들의 횡보가 어우러져 정신줄을 놓은 듯한 서울 한복판, 한 코너에 나와 아내의 작은 오아시스가 서 있는 것이었다.

 

우린 애를 잽싸게 차에 태우고 자그마치 100 미터를 더 운전해서 도로변에 있는 신식 떡뽂이 전문점으로 갔다. 오후 4시 이후로 아무것도 먹은 게 없었던 큰딸은 배가 고팠는지 떡볶이 2인분, 오뎅 하나, 튀김 하나를 시키려고 하는데 배가 고프지 않은 우리는 한사코 말린 후 각각 1인분 씩만 시키게 했다. 얼마나 잘 먹던지…특히 떡볶이가 맵고 맛있었는데 안 먹겠다고 1인분만 시키게 한 나와 집사람도 열심히 참여의식을 발휘했다. 총 8천원을 들여 큰딸과 가진 어제 한 시간은 정말로 재미있고 소중하였다. 자기 엄마를 꼭 껴안고 또 먹을 걸 입에 넣어주려고 하는 모습이 바로 우리가 애 어렸을 때 해주던 모습과 너무도 흡사했다. 그래서 세상은 돌고 돈다고들 하나? 아무튼 내일 모래면 사회인으로서 버젓이 한몫을 할 큰딸의 잠깐 아이같은, 터무니 없는 실수로 엄마, 아빠는 너무도 행복할 수 있었다. 땡큐, 큰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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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실수가 재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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