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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1 10.40.01

 

20대의 딸 둘의 아빠인 나는 남자에 대한 푸념을 자주 듣게 된다. 남자들이 박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민해 봤다. 난 미국에서 공대를 다녔고 학창 시절엔(90년대 전이라고만 해 두자) 수많은 여자에게 관심이 있었다. 한국 여자, 중국 여자, 백인, 흑인, 스페인계. 상관 없었다. 관심이 있었다고 그 여자들을 다 어떻게 했다는 것이 아니라 다만 관심이 있었다는 것인데 내가 굳이 이렇게 설명하는 이유는 지금 시대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남자는 이성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왜 요즘 ‘대시’하는 남자는 무슨 희귀동물이 되어 버리고 오히려 여자가 적극적이어야 하는 것인지가 숙제다. 아래는 내가 수십 년 동안 관찰한(물론 비과학적인) 결론이다.

1. “바보야. 그건 다 경제 탓이야.”

이 말은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이 처음 대선에 출마하며 성공적으로 이용한 구호다. 바로 현시대에 한국 남성이 직면한 문제다.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았거나 그렇게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여자에게 쉽게 다가가기 힘들다.

난 지난 두 직장에서 수많은 총각들을 보았는데 사회적으로 볼 때(외모도 준수한 편들이었다 – 눈 두 개, 코, 입, 다 갖추었으니까) 괜찮은 친구들이었다. 더군다나 어느 정도 탄탄한 회사의 직장인들 아닌가. 그런데 20, 30, 40대인 이 친구들이 이성 문제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쩐”이 없으니 어떻게 결혼할 엄두를 내느냐는 것이다.

요즘 부동산 정책이니 뭐니 하지만 평균 임금으로 전세는커녕(서울 85m2 평균 3억5천 만원) 월세 계약금 내기도 버겁다. 그러면 부모에게 타든지 로또를 맞든지 도둑질을 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물가상승은 아랑곳없이 계속 아파트값을 부추기려는 정책만 내놓으니 젊은 사람들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2. 1인 자녀 구성

이민 가기 직전의 일인데 우리 아버지가 평생 처음으로 한국정부 방침에 협조한 것이다. 즉, 아기 둘 낳기에서 하나 낳기 운동으로 접어갈 무렵 우리 아버지는 용감하게(물론 정부의 지원이 있었으니까) 정관수술을 받았다. 이때 내가 11살이었는데 어떻게 그 사실을 알게 되었는지는 묻지 마라. 그냥 좀 조숙했었다고 생각하라.

우린 3형제인데 70년도 중반엔 이미 평균을 웃도는 자녀 수였다. 그런데 지금 20-30대 성인이 된 사람 중에 홀로 자란 경우가 태반이다. 하나만 잘 낳아서 잘 키우자고 하는 데 무엇이 문제가 되겠나. 하지만 혼자라는 것은 형제 관계의 기본인 사회성이 배척된 환경에서 성장했다는 소리다. 물론 부모와의 관계에서도 사회성이 성립되지만, 경쟁적이면서도 타협적이고 노골적이면서도 암시적인 그런 과정을 상당 부분 못 겪었다는 말이다.

따라서 사랑이라고 하는 끝도 없는 줄다리기가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해왔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애정 결핍증’이 덜 하다. 물론 이성에게서 느끼는 애정은 다르지만 반면에 인간은 누군가가 날 생각하고 소중하게 여긴다는 그 자체에 큰 위안을 얻는 연약한 동물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부모에게서 받는 사랑과 안식이 이성에게서 받을 감정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다는 추측이다. 좋은 예로 요즘 극장에 가면 성인이 된 자식이 부모와 함께 영화관람하러 온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내가 20대였을 때는 상상도 못 하는 일이었다. 부모랑 어디를?

3. 자기 최고주의

70년대에 내가 한국에 살 때 우리 사회가 특별히 장밋빛이었느냐? 그건 아니다. 하지만 그 시절에 자란 우리는 직접 체험은 안 했어도 전쟁에 대한 반향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고 또 전쟁 가능성에 대비해 똘똘 뭉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본능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즉, ‘나’보다는 ‘우리’가 사회에 아직 지배적인 테마였다(물론 ‘우리’라는 이유로 한 아이가 숙제를 안 해왔다고 반의 70명 되는 학생 모두 토끼뜀을 해야 한 적도 있지만).

아무튼, 그 이후로 부모들은 귀한 자식(들)을 보배처럼 떠받들어 키웠는데 사랑이 과해서 귀찮을 정도였을 수도 있었겠지만 가장 큰 부작용으로는 아이가 하는 모든 게 용납되는 현상이었다. 즉, 공공장소에서 맘대로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거라든지, 자기가 생각하고 원하는 게 곧바로 실현되지 않는 것에 대한 인내심을 못 배웠기 때문에 아이가 화를 막무가내로 낸다든지, 늘 최고라며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주입했기에 그렇게 안 될 때 노력과 겸손은커녕 자신과의 타협조차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성장한 남자는 여자와의 관계에서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 잔소리, 충고, 의견충돌 같은 것을 쉽게 털어버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끊임없이 주입된 자기가 최고라는 ‘강한(?)’ 믿음 때문에 퇴짜 받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사실 이성의 문제에 관해서는 자아가 매우 연약한 것이다. 따라서 경제적 이상과 현실이 극적으로 충돌하는 현시대를 배경으로 사는 남자는 이성 관계에 대해서도 더 불안할 수밖에 없으며 덜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4. 외모지향주의

우리나라가 일등인 것이 많다. 삼성과 LG도 한몫을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세계 일등의 국제공항이 있는가 하면 세계에서 카드 사용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고 자살률도 일본을 추월했으며 학생 불행수치도 우리가 일등이다. 그런데 각 개인이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하는 성형수술 횟수도 일등이라는 사실이 왜 나를 우울하게 하는 것일까?

성형수술이 얼마나 당연하게 다루어지는지 이젠 TV 출연자가 대 놓고 어디 어디를 고쳤다고 하질 않나 길을 걷다 보면 턱 깎은 남자가 턱 덮개를 하고 가는 모습이 보이질 않나… 또 TV 앵커치고 입 끝 부분 올리기, 속칭 삐에로 수술을 안 한 여자가 없다(남자도 한다). 이제 눈꺼풀 수술 정도는 수술로도 안 치고 시술로 치는 상황에 와 있다.

자신감? 좋다. 문제는 이렇게 ‘고친’ 얼굴과 몸매가 만연하는 사회에서 ‘덜 고친’, 따라서 ‘덜 잘 생기고’ ‘덜 예쁜’ 사람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이런 ‘덜’ 부류는(남자가 월등히 많다) 재정적 이유든 개인적 결정에서든 성형을 안 한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만 외모가 기본 인간 평가기준이 된 우리나라에서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기 어렵다. 따라서 V자를 자랑하는 모델 같은 남자가 아니라면 ‘더 완벽한’ 여성을 두려워하고 꺼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5. 고학력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두 분 다 대학을 나와 교편 생활을 하셨다. 그래서 70년대에 초등학교 담임이 가정실태를 조사한다는 핑계로 ‘아버지가 대학 나온 분 손 들어’ 하면 반의 약 70명 아이 중 5-10명이 손을 들었다. ‘어머니가 대학 나온 분 손 들어’하면 잘해야 둘 아니면 하나였다. 이 비율이 이야기해 주듯 예전에는 남자가 학력이 더 높았고 따라서 사회활동도 훨씬 활발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이미 여자가 남자를 학업 성과에서 추월한 것은 오래전 이야기다(이건 미국도 마찬가진데 재밌는 이야기로 어느 하버드 입학 담당자가 이렇게 실토했다. 만약에 스펙과 시험성적으로만 따진다면 여학생을, 그것도 특히 아시아 계 여학생을 70% 입학시켜야 한다고). 그리고 기업이나 전문직 차원에서도 우수한 여자들이 넘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국 여성(과 부모)의 남자에 대한 기대는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남자의 학벌이 여자 학벌과 같거나 더 높아야 한다는 기대감이 있고 직장도 더 좋은 곳에 다니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지만 기대와 선호도 때문에 현실을 망각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런 태도가 사회 지면을 지배하는 한 남자는 쉽게 여자에게 ‘대시’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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